티스토리 뷰
아는 형님이 주식 스터디에 들어갔단다. 겉으로는 퀀트니 알고리즘 트레이딩이니 거창한 말을 내걸지만, 실제론 그럴싸한 포장지 안에 임의매매가 가득하더란다.
"누가 봐도 우상향", "섹터가 전반적으로 강하게 상승" 이런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워섬기며, 주봉 고점을 돌파하면 무조건 매수란다. 그런데 정작 그 ‘누가 봐도’는 누구고, 그 종목의 시총은 어느 선 이상이어야 하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답은 이렇다.
“그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돼.”
그래, 자연은 위대하지. 기준도 없고, 원칙도 없고, 결국 감으로 하는 매매에 이름만 퀀트를 붙여놨으니, 그 자연이 니들 계좌를 다시 흙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시간문제겠지.
섹터가 안 따라오면 “왜 개별주만 샀냐”라고 뭐라 하고, 섹터가 같이 움직이면 “몇 종목이, 어느 정도로 같이 올라야 하는데?”라는 기준은 역시 없다. 애초에 기준이 있었으면 설명이라도 했겠지.
손절도 코미디다. 예를들어... -8% 손절 원칙을 세워놓고도, 어떤 종목은 “이건 떨어질 게 뻔한데 왜 아직도 들고 있냐”며 중간에 던지라고 한다. 아니, 그렇게 뻔히 보이면 그 뻔한 이유를 설명해보라니까? 설명은 없고, 감정만 있다. 오로지 ‘느낌’만 믿는 사람들, 이쯤 되면 ‘퀀트’가 아니라 ‘직감파 무당회’다.
그 형님 말로는, 그 모임은 대화가 아닌 단죄가 일상이었단다. 질문을 던지면 대답은 없고, 대신 눈초리 하나가 날아온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건데, "왜 너는 안 따라와?"라는 식의 분위기. 각자 정답이 다르다고 말하면서, 정작 해답은 하나만 허용되는 아이러니.
결국 형님은 나왔다. 그랬더니 뒤에서 “매매 로직만 받아먹고 튄 놈”이라고 낙인을 찍더라. 진짜 웃긴 건, 형님보다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로 ‘기수’ 놀이를 하고 있는 자칭 누구님의 제자들. 선배랍시고 군림하고, 가르친답시고 잔소리나 하고. 김승호 회장이 왜 사장제자 모임에 기수를 두지 않는지, 얘네는 절대 모른다. 기수가 생기면 반드시 선배질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조교처럼 군기 잡고, 조별 과제처럼 줄 세우고, ‘말 잘 듣는 애’만 챙기는 시스템. 그게 아직도 조직이라고 믿고 있다면, 그 모임의 미래는 뻔하다. 아무리 도제식이라 해도, 비합리의 전통은 전승이 아니라 고통일 뿐이다.
그 형님이 결코 부족해서 그 모임에 들어간게 아닌데, 참 답답한 양반들이다. 그 형님은 그 누구님의 방법론은 무척 괜찮다고 하지만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다 별로라고 했다. 그러다 너네들은 분명 후회할거야....